안녕하세요, SD동물의료센터입니다.
최근 SD동물의료센터에서 진단 및 수술 치료를 진행한 고양이 증례가 국제 학술지 Veterinary Radiology & Ultrasound 에 게재되었습니다.
이 환자가 특이한 이유는, 담낭에서 저장되는 담즙이 담낭의 문제가 아닌 십이지장 문제로 세어 나가는 매우 드문 사례로, 수의학 분야에서 최초로 보고된 증례입니다.
*
처음 내원하였을 때 당시 상황
아이가 처음 #SD동물의료센터 에 오게 되었을 때 확인되는 증상은 혈구토, 기력저하, 옆으로 누워만 있는 상태였습니다.
아이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된 검사에서 저 체온, 저혈압, 복수, 호흡곤란, 빈혈, 고 빌리루빈 혈증, 질소혈증 등의 증상이 확인되었고 쇼크 직전의 중증 응급환자였습니다.
초음파로 확인된 복수와 다량의 공기
초음파 검사 중 발견된 복수를 살짝 뽑아 현미경으로 확인하였을 때, 복수 속에서 담즙 성분인 bile pigment가 발견되었습니다.
해당 환자의 복수 현미경 검사
*bile pigment란?
담즙은 보통 노란색에서 초록색 사이의 색깔을 띠게 되는데, 이 bile pigment라는 색소의 색깔 때문입니다.
현미경 사진상, 노란색에서 녹갈색의 조그마한 가루 같은 것들이 bile pigment이며, 담즙이 복수로 새어 나온 것을 확인하는 단서였습니다.
복수가 생기는 이유 ( = 배에 물이 차는 이유 )
복수(Ascites)는 정상적으로는 거의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 액체가 복강 안에 비정상적으로 고여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혈관에서 있어야 할 수분이 삼투현상으로 인해 복강으로 빠져나와서 생긴 복수
출혈이 발생하여 복강 안에 피가 고이는 경우
방광, 요관 등이 손상되며 소변이 복강으로 새어나가는 경우
장 천공이나 담즙 유출이 발생하면 복강 전체에 강한 염증반응이 생기고, 염증성 액체가 생성되는 경우 등
복강에서 담즙 성분이 확인되면, 일반적으로 담낭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게 됩니다.
담즙을 저장하는 담낭의 파열
담즙이 이동하는 담관의 파열
으로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
하지만, 여기서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방사선 검사에서 복강 안에 많은 양의 공기가 있었습니다.
(좌) 해당 환자의 복부 방사선 (우) 정형 환자의 복부 방사선(정상)
담낭이 파열될 경우, 담즙은 복강으로 유출될 수 있지만 공기까지 함께 유출되지는 않습니다. 담낭 안에는 원래 공기가 없기 때문인데요. 반면, 장에 구멍이 생기는 위장관 천공에서는 장 내부의 공기가 복강 내로 새어 나올 수 있습니다.
장 파열 또는 장 천공
까지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장은 음식물을 소화, 흡수하는 기관이지만, 동시에 수많은 세균이 존재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특히 비교적 자주 파열되는 소장과 대장 내부에는 정상적으로 다양한 장내 세균이 서식하고 있으며, 이 세균들은 평소 장벽 안에 갇혀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장에 구멍이 생기면, 장 내부에 있던 공기와 음식물, 그리고 세균이 복강으로 유출되면서 심한 염증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를 패혈성 복막염(Septic peritonitis)이라 합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장 천공 환자의 복수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세균이나, 면역 세포가 세균을 잡아먹고 있는 모습이 확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 환자는 복강 내에는 장 천공을 의심할 만큼 많은 공기가 존재했지만, 복수 검사에서는 세균이나 면역 세포가 세균을 잡아먹고 있는 모습이 거의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영상검사는 장 천공을 의심하게 만들고, 복수 검사는 담낭 파열을 의심하게 만드는 특이한 상황이었습니다.
-
원인을 찾기 위해 진행된
상위 영상검사 CT
초음파 검사만으로는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웠습니다.
복강 내 공기가 너무 많았고, 복막염 또한 심하게 진행되고 있어 초음파 영상의 판독 정확도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환자는 저 체온과 저혈압이 동반된 상태로 전신마취에 대한 위험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여 무마취 CT 검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CT 결과
CT 촬영 이후 판독이 진행되자, 예상치 못한 부위에서 이상이 발견되었습니다.
담낭은 비교적 정상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십이지장과 담관이 연결되는 부분에서 작은 구멍이 확인되었습니다. 십이지장 천공이 발견된 순간입니다.
드디어 밝혀진 해당 환자의 십이지장 천공
특히, 이 구멍은 담즙이 장으로 배출되는 통로인 주유두(Major Duodenal Papilla) 바로 인접한 위치에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십이지장으로 담즙이 흘러가는 경로
십이지장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십이지장은 위와 소장을 연결하는 첫 번째 장기로, 위에서 내려온 음식물이 처음으로 담즙과 췌장액을 만나 본격적인 소화가 시작되는 장기입니다.
특히, 담즙이 장 안으로 분비되는 출구인 주유두가 위치해 있어 담즙의 흐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담낭에서 저장되었다가 음식물과 섞여 소화를 돕기 위해 담관을 타고 십이지장으로 내려왔지만, 십이지장에 오자마자 구멍을 만나 복강으로 새어나가게 된 경우였습니다.
이러한 십이지장에 발생한 천공을 통해, 장 내부의 공기는 복강으로 유출되었고, 담즙은 음식물과 섞이기 전, 천공 부위로 흘러나와 복강에 고이게 되었으며 천공 위치가 위와 가까운 부위였기 때문에 일반적인 장 천공처럼 많은 세균이 관찰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담낭이 터진 것이 아니라, 십이지장 천공으로 인해 담즙성 복막염이 발생한 매우 드문 상황이었습니다.
두 눈으로 십이지장을 확인하다
CT에서 의심되었던 십이지장 천공을 확인하기 위해 탐색적 개복술을 진행하였습니다.
수술 중 복강 내에는 다량의 갈색 복수가 확인되었으며, 복막 전반에 걸쳐 심한 염증이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CT에서 확인한 것과 동일하게 주유두 인접 부위의 십이지장에서 두 개의 구멍을 확인하였습니다.
반면, 담낭과 담관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담낭 파열이 아닌 십이지장 천공이 원인임을 최종적으로 확인하여 장 절개와 장 천공 봉합, 일시적인 담관 스텐트가 진행되었습니다.
수술할 때에는 천공 주위에 손상된 조직을 함께 제거해야 하는 데, 담관과 연결된 주유두 바로 옆을 조직 제거 및 봉합하게 되면 의도치 않게 주유두의 기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담관과 연결된 주유두가 막히게 되면 담즙이 정체되어 담낭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얇은 관을 넣어 개통성을 확보한 상태로 봉합하였습니다.(봉합한 실이 시간이 지나며 녹는 실이여서, 들어가 있던 얇은 관은 담즙과 함께 십이지장으로 내려와 소화기관을 따라 변으로 나오게 됩니다.)
해당 환자의 수술 사진
해당 환자는 안정적으로 수술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번 증례는 드문 질환을 경험한 사례가 아니라, 여러 검사 결과를 종합하여 원인을 찾아낸 진단 과정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복수 검사에서 담즙성 복막염이 의심되었지만, 복강 내 공기의 존재와 추가 CT 검사를 통해서 실제 원인이 주유두 인접 십이지장 천공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증례는 고양이에서 십이지장 천공에 의해 담즙성 복막염이 발생한 매우 드문 사례로, 그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제 학술지 Veterinary Radiology & Ultrasound에 게재되었습니다.
SD동물의료센터는 앞으로도 정확한 진단과 근거 중심의 진료를 바탕으로 반려동물에게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본 증례는 SD동물의료센터에서 진단 및 수술이 진행된 증례로, SD동물의료센터의 영상의학센터장 장주필, 김규창 외과원장, 이민수 영상의학원장을 비롯하여 건국대학교 수의과 대학 영상의학과 연구진과 공동으로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본 연구는 국제 학술지 Veterinary Radiology & Ultrasound에 게재되었습니다.